[김희연의 마케팅 Law] 계약 책임을 좌우하는 ‘계약당사자’는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김희연 변호사 승인 2023.01.26 10:49 | 최종 수정 2023.01.31 10:49 의견 0
김희연 변호사

상담하다 보면, 계약 당사자를 잘못 표시하는 경우들을 봅니다. 계약 당사자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회사와 대표이사 개인의 명의를 헷갈리는 경우도 있고, 배우자나 부모가 연대보증을 하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으면서 정작 배우자나 부모가 아닌 본인만 계약서에 서명, 날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모두 ‘계약당사자’를 혼동하여 생기는 문제입니다.

■ 계약서상의 명의자가 '계약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계약은 복수의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내용으로 일치하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법률행위입니다. 여기서 ‘계약당사자’는 계약의 효과를 받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계약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명의로 법률행위를 하더라도, 행위자와 계약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계약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당사자로 확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일치하지 않으면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 경위 등을 토대로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할지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약행위자와 계약 상대방 사이의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 상황에서 계약서는 계약당사자를 정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므로 계약 명의자를 계약당사자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A가 B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 계약 상대방인 C가 “내가 계약을 한 당사자는 A다.”라고 주장해도 A를 계약 당사자로 합의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면, 결국 계약서상 명의자인 B가 계약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법인이 한 행위와 대표이사 개인의 이름으로 한 행위는 효과가 다르다

우리 민법은 자연인과 법인을 나누고 있고, 자연인과 법인은 법률상 다른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1인 회사라서 주주나 대표이사가 회사의 의사결정을 혼자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회사와 자연인인 대표이사는 엄격히 구분됩니다.

즉 회사 명의로 한 행위는 대표이사가 아닌 회사가, 대표이사 개인의 이름으로 한 행위는 대표이사 개인이 책임지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대표이사 홍길동’이라고 쓴 것과 ‘홍길동’이라고 쓴 것은 그 효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회사가 책임진다는 것은 회사 소유의 재산만으로 채무를 변제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개인이 책임진다는 것은 회사가 아닌 개인의 재산만으로 채무를 변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회사가 채무를 지고 대표이사가 본인의 이름으로 연대보증을 한다면, 결국 회사와 개인의 재산이 전부 변제를 위해 쓰일 것이므로 채무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리하게 됩니다.

종종 개인사업자의 ‘상호’를 마치 법인의 명칭인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 A가 B라는 상호를 사용하는데,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본인의 이름인 A가 아닌 B 상호만 기재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계약서에 B의 명의만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B가 개인사업자라면 이는 A 개인의 이름을 기재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이 계약으로 인한 채무는 A의 개인 재산으로 책임지게 됩니다.

■ 제3자에게 계약서상 의무를 지게 하려면 제3자의 서명, 날인도 받아야 한다

A가 차용증을 작성하면서 ‘채권자는 A 부모님의 재산에 관해서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또는 ‘부모님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다.’라고 기재하고, 부모님이 아닌 A만 차용증에 서명, 날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꼭 부모님이 아니라도 제3자에게 담보제공 등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서에서는 서명한 당사자 사이의 권리 의무를 정할 수 있을 뿐,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제3자에게 의무를 부담하게 하려면 제3자가 계약 당사자로서 직접 계약서에 서명, 날인을 해야 합니다. 참고로 제3자에게 직접 권리를 주는 행위는 제3자의 승낙이나 서명, 날인 없이 할 수 있습니다.

■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위임장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대리인을 통해서도 체결할 수 있습니다.

대리인은 본인의 이름으로 의사표시를 하거나 수령하여 그 법률효과를 본인에게 귀속하도록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정당한 대리권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권이 있는지는 일반적으로 위임장을 통해 확인합니다.

위임장에는 어떠한 대리권을 수여하였다는 취지가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대리인을 통해 계약하는 경우에는 위임장을 확인하고, 체결하는 계약의 내용이 위임된 권한에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대리인에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리만 위임하였을 뿐 그 해지의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면, 위 대리인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였더라도 계약 해지의 효력은 본인에게 미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대리권이 있는 대리인과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무권대리’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이는 무효이지만, 그 당사자(무권대리인이 대리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 듯한 외관을 만들어 주었다면 그 당사자는 무대리권으로 체결된 계약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이를 ‘표현대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그 당사자가 대리인으로 하여금 대리권을 추단하게 하는 직함, 명칭, 상호 등의 사용을 허락하거나 묵인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그 대리인의 행위는 대리권이 없더라도 ‘표현대리’로 유효하게 되어 본인이 책임지게 될 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계약당사자’ 문제는 계약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보았습니다. 만일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당사자를 잘못 설정한다면, 수고스럽게 작성한 계약서가 원하는 효과를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이 부분을 꼭 상기하시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김희연 변호사 프로필

법률사무소 사람마을 변호사(현), 사시 51회,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석사(회사법 전공), 서울남부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현),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전), 강남구시설관리공단 인사위원회 위원(전), 양천경찰서, 구로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징계위원회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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