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스쿨 오진연 대표 "그린스마트스쿨, 공간·서비스·콘텐츠 3박자 어우러져야 의미 있어"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2.03 11:00 | 최종 수정 2023.02.07 17:11 의견 0

기업과 정부의 행정서비스에 이어 공교육 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학교 수업의 디지털화는 임시방편이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3년여 간의 팬데믹 시기를 지나는 동안 공교육은 디지털화를 벗어나기 어려운 궤도에 들어섰다.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2022년부터 '그린스마트스쿨 5개년 사업'을 추진했다.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은 노후한 학교를 리모델링 하면서 교육 방법론과 콘텐츠 그리고 공간을 유기적으로 고려하여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다.

미래형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예산은 늘고 있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 조급하게 시행되는 정책의 변화를 따라가느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고충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고자 미래교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공교육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쿨스쿨'의 오진연 대표를 만나보았다.

쿨스쿨 오진연 대표 (사진=이찬주 기자)

■ "미래교실 구축, 교사들에게 던져진 막막한 과제"

지금까지 학교의 교실은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의 공간이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특성으로 변화가 쉽지 않았던 학교는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의 상황을 마주하며 급속한 변화에 적응해야만 했다. 여기에 4차산업 기술이 대두되면서 예전과 같은 교육으로는 미래 인재상을 길러낼 수 없단 인식에 힘이 실렸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가 현실 교육 환경의 한계였다. 비대면으로 교육할 방법은 물론이고 그에 맞춘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부터 코딩 교육 등을 앞세우며 미래형 교육을 얘기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근대적 교육 환경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난 시기였다"

쿨스쿨 오진연 대표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온라인 교육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물론 정부에서 만들었던 e-학습터 같은 온라인 플랫폼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19가 심화하고 전국 학교가 비대면 학습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서버가 터지면서 수용이 힘들었다. 학생들의 학습권에 직접적인 타격이 생기면서 사교육 시장으로만 확대되고 있었던 에듀테크에 대한 필요성이 공교육에서도 강조되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는 ▲다양성 기반 교육 ▲창의 융합 교육 ▲시민 교육에 맞는 수업 환경을 만들겠다며 '그린스마트스쿨 5개년 정책'을 내놓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실시되는 2024년에 맞춰 그린스마트스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8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의 사회활동가 프린스 이에이(Prince EA)가 미국에서 발표했던 영상을 보면 150여 년간 사회의 모든 것이 변해도 학교는 그대로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교육도 마찬가지다. 오래도록 보수적이던 학교에서는 지금과 같은 빠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학교에 예산이 배정되면 미래교실 혹은 에듀테크 전문가가 아닌 기존 교사 중 한 명이 담당자가 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고충을 토로한다"면서 "제대로 된 미래교실을 구축하려면 건축설계, 시공, 기자재, 콘텐츠에 이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수업도 하고 학생 관리도 하고 기존의 행정 업무까지 해야 하는 교사가, 전혀 해본 적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오 대표는 이런 현장의 상황 때문에 예산이 배정돼도 진행이 원활하지 않고, 설령 구축이 완료되더라도 변화가 눈에 잘 띄는 외형 리모델링 정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전국 학교 교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쿨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시범학교로 지정된 곳에서 기자재나 시공업체 등을 추천해달라는 연락들이 있었다. 현장을 직접 다녀보니 교사들이 요청한 대로 기자재 따로 시공업체 따로 제안해주는 것만으론 제대로 된 미래교실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다"

공간, 기자재, 콘텐츠의 동시 도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시연 화면 (사진=이찬주 기자)

■ "외형에 치중된 미래교실 예산 비중은 아쉬워"

오 대표는 미래교실 시범학교로 지정되면 학교당 1~2억가량의 예산이 배정되는데, 예산의 많은 부분이 시공 쪽으로 쏠리면서 성과가 눈에 띄는 쪽으로만 돈이 몰리는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린스마트교실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공간과 서비스 콘텐츠 도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에듀테크를 이해하고 예산 가이드를 정리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총 예산 중 시공에 몇 퍼센트, 서비스와 콘텐츠에 각각 몇 퍼센트씩 사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미래교실이 온전히 돌아가는 데에 필요한 분야를 지정하고 예산을 할당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래교실을 준비하는 현장에서도 무엇이 필요한지 갈피를 잡기 쉽고,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예산이 쏠리는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오 대표의 의견이다.

코로나19를 통해 교육 환경의 디지털화가 시급하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느낀 바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은 요인을 '공간'에만 한정하는 것은 오산일 수 있다.

본질적으로는 4차산업혁명과 미래형 교육을 주창하면서도 막상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간과 장비도 바뀔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공간 개선과 기자재 도입을 그린스마트스쿨의 달성 지표로 잡으면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우려가 있다.

'미래형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혁신'이란 명분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행정적 성과 보고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본질을 개혁하는 투자에 힘쓰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쿨스쿨 오진연 대표 (사진=이찬주 기자)

■ "공교육 혁신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인프라 조성"

공교육계 사업은 민간 기업이 진입하거나 존속하기 쉽지 않은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사교육은 B2C 사업이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해 있는 기업들이 많고, 경쟁과 성장도 자유롭고 빠르게 이뤄진다. 그에 반해 공교육 사업은 정부와 민간 기업의 소통이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의 소통이 잘 돼야 미래교실 방향성도 합치되는데 현실은 원활하지 못하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공교육 시장을 대상으로 한 에듀테크 기업은 정부의 예산 편성과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다 보니 공교육 대상 에듀테크 기업의 40%가 연 매출 10억 원가량의 영세사업자다.

그나마 최근 에듀테크, 미래교실 등이 정부의 적극 추진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련 서비스와 제품 도입을 위한 예산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교육 에듀테크 시장을 성장시킬 마중물이 될 기회다.

에듀테크 기업의 경영자이기도 한 오 대표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짚었다.

"정부가 에듀테크 사업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관련 기업이 양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고 공교육에 제공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제공하면 민간 기업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공교육 시장에 들어갈 기회가 줄어든다. 정부는 직접 뭔가를 만들려 하기보다, 전문 기업들이 공교육 시장에 필요한 좋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써야 한다"

오 대표는 기업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미래교실 컨설턴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이 영향을 받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사람 중심'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미비하나마 우리 학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분위기 속에서도 미래학교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논란의 내용에는 100% 디지털화되는 교육 방식에 대한 우려 그리고 그 안에서 다뤄질 교육콘텐츠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결국 공간과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플랫폼)의 균형 있는 도입만이 불식시킬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본질적 혁신을 위한 학교와 정부와 관련 기업의 협치가 더욱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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