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명 노무사 (노무법인 상상 대표노무사)
지난 6일 정부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주 단위로 적용하고 있는 주 52시간제를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현재 1주일에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는 연장근로시간을 주 단위 외에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고, 관리단위를 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할 경우 연장근로 허용총량을 최대 30%까지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법은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이고, 휴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연장근로 등 시간외근로가 많지 않은 사업장일수록 외국인 근로자들이 떠나고 기피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은 상당히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배경이 된 현행 근로시간 ‘주 산정단위 기준’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 근로기준법,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
노동법에서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 즉, 근로계약에서 약속한 노동을 해야 하는 실구속시간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은 직접적인 것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것도 포함하는데,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시간에 해당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수행 의무 정도, 수행을 거부한 경우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 근로시간의 판단과 관련한 주요 분쟁은 자유로운 이용이 제한된 휴게시간, 사업장에서 출장지까지 이동하는 출장시간, 업무관련 회사 워크숍이나 세미나, 소정근로시간 외에 이루어지는 접대나 회식 등에서 발생한다.
■ 연장근로 ‘1주에 12시간 한도’…경영계 산정단위 확대 요구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에서는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고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하여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법으로 정해진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 원칙이고, 연소근로자(15세 이상 18세 미만)는 1일 7시간, 1주 35시간이 기준이다. 아울러, 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휴게시간은 제외해야 한다.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는 연장근로는 합의하에 ‘1주일에 12시간을 한도’로 가능하다. 통상근로자보다 근로시간이 짧은 단시간근로자도 1주 12시간까지 시간외근로가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주일에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실시할 경우 연장근로 제한규정에 위반된다. 주 단위로 1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12시간)을 초과하여 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업주가 처벌된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연장근로 제한규정 위반여부를 산정하는 단위를 ‘1주’ 단위에서 월이나 분기 단위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법정근로시간 초과한 주말근무 수당,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율' 적용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일한 시간에 대해서는 연장근로로 보아 통상시급의 50%를 가산해서 지급해야 하는데, 연장근로의 산정은 실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A가 월요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해서 쉬고, 화~금요일까지 정상근로를 하였을 경우(실근로는 32시간), 근무일이 아닌 토요일에도 출근하여 8시간 근로를 하였다면 토요일 근로(8시간)는 실근로시간 기준으로 주40시간을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50% 가산율이 적용되지 않는다.
야간근로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의 근로를 말한다. 야간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시급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 야간근로는 근로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야간근로 시간대에 근로를 제공하면 무조건 야간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휴일에 근로하게 될 경우 이를 휴일근로라 하는데, 1일 8시간 이내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야 하고, 1일 8시간을 초과한 시간부터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서 휴일은 근로기준법 등 법령, 근로계약 및 취업규칙 등에서 휴일로 규정한 날을 휴일로 보고 휴일근로 가산율이 적용된다.
또한 가산수당은 각각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사유별로 가산율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휴일에 근로할 경우 이는 연장근로이자 휴일근로에 해당하지만, 근로기준법은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 시간외근로에 임산부 및 연소근로자는 원칙적 금지
근로기준법은 임산부와 연소근로자의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다.
야간 및 휴일근로의 경우 임산부와 연소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근로자 동의(연소근로자, 출산 후 1년 이내 근로자) 또는 당사자의 명시적 청구(임신 중인 근로자)가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실시가 가능하다. 또한 연장근로의 경우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는 연장근로가 절대 금지되고, 산후 1년 이내인 경우에도 일정시간(1일 2시간, 1주 6시간, 1년 150시간)만 허용이 된다.
■ 노동계와 야당 반발 예견, 속도조절과 충분한 협의 필요
정부의 이번 개편안은 70년간 유지된 주 단위 산정기준을 개편하겠다는 것으로 근로시간에 있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 개편안의 상당 부분이 법률 개정이 필요한 내용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논의과정에 사업주와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 정해명 노무사 프로필
노무법인 상상 대표노무사(현), 아이보스 자문노무사(현), 근로복지공단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현), 경기도사회적경제센터 ‘협동조합 상담지원’ 경영자문단(현), 경기도 노동권익센터 마을노무사(현), 경기테크노파크 인사위원(현), 노동건강연대 정책위원(현),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 이사(현),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자문노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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