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리뷰] 광고 카피, '효율성은 AI, 섬세한 뉘앙스 전달력은 사람'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3.17 09:36 | 최종 수정 2023.03.20 09:36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최근 생성 AI가 화제입니다.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면서 진입장벽이 눈에 띄게 낮아져, 앞으로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디지털 문맹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죠.

AI는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가야 하는 마케터 사이에서도 굉장히 주목받고 있어요. 특히 광고 카피나 블로그 콘텐츠를 뚝딱 써 주는 서비스까지 나오다 보니, 앞으로 마케팅 업계에서도 AI가 큰 역할을 할 거라는 예측이 대세인 듯해요.

그런데 정말 AI가 인간 카피라이터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AI 카피라이터가 만든 카피 문구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또 사람이 만든 카피 문구로 운영한 광고 성과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디지털 마케팅 포털 아이보스 콘텐츠 팀에서, AI가 만든 카피와 사람이 만든 카피를 가지고 진행한 광고 실험 결과를 내놓았어요.

이번 실험에서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운영하는 '아이작(AiSAC)', 작년 마케팅 업계에서 화제가 되었던 AI 카피라이팅 툴 '뤼튼(Wrtn)', 새롭게 떠오른 신흥 강자 '챗GPT'가 사용됐어요.

(사진=뤼튼 홈페이지 화면)

■ 한국 최적화 카피 제작에는 '뤼튼'

먼저 아이작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론칭한 AI 기반 광고 창작 지원 시스템이에요.

구글 트렌드나 네이버 데이터랩과 같은 주요 매체의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광고할 상품의 트렌드를 시각화된 자료로 보여주는 트렌드 분석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요. 광고 카피나 스토리보드를 제작해 주는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어요. 실험에 사용한 기능은 '광고 카피 서비스'예요. 프로젝트명과 카테고리, 키워드 등을 입력하고, 버튼을 누르면 10개의 문구가 생성돼요. 다른 문구를 만들고 싶다면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주면 됩니다.

실험 결과, 아이작은 TV 광고에서 본 것 같은 문구가 많이 나왔어요. 그리고 언어를 이해하는 능력은 좀더 보완이 필요해보인다고 평가했어요.

예를 들면 마케팅 뉴스레터를 위한 카피 문구를 찾았는데 '너도나도 누구나 모두가 시작할 수 있는 네일아트'라는 식의 엉뚱하고 의도하지 않은 문구가, 실험 대상이었던 3개 서비스 중에 가장 많이 나왔다고 밝혔어요.

뤼튼(Wrtn)은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콘텐츠 작성 AI 서비스에요.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광고 카피, 블로그 포스팅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AI가 대신 초안을 만들어줘요.

사용 방법은 아이작과 비슷해요. 제품명과 핵심 내용, 톤앤매너를 선택하고 버튼을 누르면 카피가 나와요. 무료 버전을 이용하면 1개의 문구가 나와요. 뤼튼이 만들어 주는 문구는 아이작보다 길이가 조금 더 긴 편이에요. 실험 결과, 선택한 톤앤매너에 맞는 문구가 나와서 카피를 만들 때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의견이었어요.

챗GPT는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가능한 AI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카피 작성에 특화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함께 실험해 봤어요.

아직은 영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 정확하고 빠르기 때문에 영어로 질문을 해보았는데요. 실험 결과, 문구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번역하기도 어렵고,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 문구를 추천하기도 했다는 평이에요.

(자료=아이보스)

■ "감정적·정서적 카피 작성은 AI보다 사람"

아이작과 뤼튼, Chat GPT를 활용해 만든 문구와 마케터가 직접 작성한 문구를 골라 광고를 집행했어요. 테스트 광고 구좌는 ▲아이보스 홈페이지 내 배너 광고와 텍스트 광고 ▲페이스북와 인스타그램을 선택했고, 성과 기준은 광고 클릭률로 잡았어요.

위와 같이 이미지에 다른 카피를 사용한 두 가지 소재를 배너 광고에 활용했어요. 실험 결과는 AI가 만든 문구의 클릭률이 미세하게 더 높았지만 예상 외로 큰 차이는 없었어요.

(자료=아이보스)

그런데 이미지 없이 텍스트만 보여주는 광고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어요. 테스트 광고 구좌 모두 사람이 만든 카피 클릭률이 2~3배가량 높게 나온 것이죠.

테스트를 진행했던 아이보스 콘텐츠 팀은, 광고에 사용된 글자 수의 차이가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어요. 그러면서 "배너 광고는 디자인적 이유로 글자 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나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텍스트 광고는 글자 수가 제약이 덜해 공감대나 뉘앙스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어요.

(이미지=픽사베이)

■ "특정 AI 서비스의 카피만 성과 좋다고 보기 어려워"

각 생성 AI 서비스별로 광고 테스트를 해보면 어떨까요? 결과는, 챗GPT의 카피 클릭률이 가장 높았어요.

다른 AI 서비스가 '유익한 뉴스레터' 등 비교적 중립적인 문구를 추천하는 데에 비해, 챗GPT는 '마케팅 실력을 발전시키는', '최고 수준'과 같이 강하고 확신 있는 어조를 주로 사용했어요.

아이보스 콘텐츠 팀은 "챗GPT의 확신을 주는 강력한 단어 사용이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챗GPT의 카피가 무조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예요. ▲'유익한 정보를 읽어 기분이 좋다' ▲'마케팅 정보를 잘 알게 되어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재미있다'처럼 감정을 강조한 표현 방식은 아이작(0.92%), 뤼튼(0.86%), 챗 GPT(클릭 없음) 순으로 클릭률이 높았거든요.

이번 실험을 진행한 아이보스는 생성 AI 서비스 리뷰를 마치며 "어느 한 서비스의 카피 문구가 특히 성과가 좋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 제품이 무엇인지, 타깃 고객이 반응하는 소구점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어요.

특정 AI 서비스에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해 보면서, 각 회사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찾아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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