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4’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찬주 기자)
"예전에는 돈이 시간보다 중요한 자원이었다면 지금은 시간과 돈이 대등하게 중요하고, 어떨 때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일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4’ 간담회에서 내년 10대 키워드를 관통할 첫 키워드로 '분초사회'를 꼽았다.
분초사회란 1분 1초 단위까지 치밀하게 계산하여 사용할 만큼 시간의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을 의미한다.
김난도 교수는 "한국은 원래 '빨리빨리'의 나라라고 하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분초사회는 소유 경제에서 경험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며 생겨나는 필연적 변화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거나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고객의 지갑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면, 이제는 시간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내년 소비시장은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잡아두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과 약속한 시간을 지켜주는 '정시성'을 핵심에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다른 2024년 주요 트렌드로 '호모 프롬프트'를 꼽았다.
올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출현을 빼놓을 수 없다. 김 교수는 챗GPT와 함께 대두된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언급하면서 "프롬프트의 시작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의 역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할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어떻게 활용해서 더 탁월한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간이 인공지능을 앞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스스로를 알고 평가하는 인문학적 소양에서 온다"라면서, 다시 아날로그 디바이드로 관점이 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사진=이찬주 기자)
또 다른 키워드는 '육각형 인간'이다.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완벽한 사람을 뜻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오늘날 사회가 강박적으로 지향하는 완벽함을 반영한 트렌드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성장 서사가 유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춘 주인공이 활약하는 서사가 주류를 이룬다"면서 "이는 더 이상 고진감래나 자수성가 등이 불가능한 사회적 배경과 SNS 발달 등으로 상대적 비교가 많아지면서 심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력으로는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절망이 반영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완벽한 인간상을 추구하는 트렌드는 '요즘 남편 없던 아빠'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결혼 정보 회사 매니저와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요즘 신랑감을 고를 때 체일 첫 번째 조건으로 외모를 이야기하고 두 번째로 경제력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배우자의 조건 순위가 '육각형 인간'과 맥락이 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요새는 남녀 모두 경제력을 갖고 있다 보니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완벽하지 않을 거면 하지 않겠다'는 완벽주의 지향성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지금 세대의 인식이 얽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또한 김 교수는 '돌봄경제'를 2024년에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강조했다.
인간은 오랜 돌봄 기간을 필요로 하는 종이다. 이것은 영유아나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핵가족화 될수록 노년층에게도 적용된다.
김 교수는 "돌봄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정 취약 계층만 해당하는 문제도 아니고, 가족 단위에 부담이 전가돼야 할 문제도 아니다. 최근 청년 고독사가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 경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한 개인과 연결된 또 다른 개인의 삶 그리고 조직을 함께 관리하는 경제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2024년 트렌드 키워드로는 최저가 대신 최적가를 제시하는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더욱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 소비 경향을 일컫는 '도파밍', 저예산과 유동적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사람이나 콘텐츠의 선택을 따라 하는 '디토 소비', 유목민적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증가로 주목받는 '리퀴드 폴리탄'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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