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광고대행사 디디비코리아가 다수 외주 광고업체에 수백억 원의 광고비를 지급하지 않아 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태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를 넘어, 고의적인 사기 정황까지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디디비코리아는 과거 글로벌 광고 기업 옴니콤 계열사로 알려졌지만, 2023년 말 디디비 글로벌 본사가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매각한 후에도 기존 명칭을 유지하며 영업을 계속했다. 이를 모르고 광고를 수주한 수많은 중소 대행사와 제작사들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경영난에 빠진 상태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업체만 100여 곳, 추산 피해액은 400억 원에 이르며, 특히 게임 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 게임 마케팅 특성상 선결제 구조가 일반적인데, 디디비코리아는 광고 캠페인을 위탁한 후 정산을 미루거나 진행 자체가 허위인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캠페인을 빌미로 외주사들에 선수금을 요구하거나, 가짜 계약을 기반으로 자금을 돌려막는 방식의 일종의 '폰지 사기' 수법이 의심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5억 원을 부과하고, 디디비코리아 법인과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피해액에 비해 제재 수위가 미미하다는 비판이 크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회사에는 대표를 제외한 임직원이 모두 퇴사한 상태이며, 실질적인 배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내 광고업계는 이번 사태를 통해 외형이나 브랜드에 의존한 거래 관행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계약서 검증 강화와 단계별 대금 지급 구조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게임 업계 피해자들도 공동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